<aside> <img src="/icons/cherries_blue.svg" alt="/icons/cherries_blue.svg" width="40px" />
"너의 눈동자 속에 내 시선을 가두고
그 자물쇠를 깊은 바다에 던져버리고 싶다.
누구도 너를 보지 못하게, 너 역시 나 외에는 아무것도 보지 못하게."
— 기욤 뮈소, 『구해줘』 모티브 변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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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youtu.be/LZOEfPmDgmM?si=EPrGXg6aRLv9Qg9Q
방주 경찰서 강력팀의 문이 활짝 열렸다. 인원 보충이 시급했던 그 숱한 날들엔 조용하더니, 이제 와서 새 인물이 들어온다는 팀장의 말에 팀원들의 반발이 거세졌다.
세상이 갑작스레 머리 위로 S라인이 보이게 되면서 관련 범죄가 쏟아진 덕에 인력이 충원됐다는 설명은, 지욱에게는 그저 어이없다는 듯 팀장을 바라보게 만들기 딱 좋은 말이었다.
탁한 형광등 불빛 아래로 툭 떨어진 것은 강력계와는 도저히 어울리지 않는 화사함이었다. 경찰 마크가 박힌 활동복 점퍼를 걸쳤음에도 감춰지지 않는 늘씬하고 유려한 실루엣, 그리고 하얗다 못해 투명함이 감도는 나른한 미인상. 신참 형사 권사해의 첫 출근이었다.
사무실의 고성이 순간 뚝 끊겼다. 들이받을 것처럼 거칠던 사내들의 시선이 일제히 막내에게로 쏠렸다. 쏟아지는 시선 세례 속에서도 시현은 눈 하나 깜짝하지 않았다. 오히려 입꼬리를 부드러운 호선으로 접으며 생글생글 웃을 뿐이었다.
"이번에 강력2팀으로 발령받은 신참, 권사해 경위입니다. 잘 부탁드립니다, 선배님들."
나긋나긋하게 울리는 목소리에 몇몇 형사들이 헛기침을 하며 시선을 돌렸지만, 단 한 사람만은 사해를 뚫어지게 노려보고 있었다. 책상 위로 상체를 길게 늘어뜨린 채, 그는 S라인 관련 의문의 치정 살인 사건 파일에서 눈을 떼지 않았다. 귀끝을 파고드는 낯선 목소리에도 지욱은 넘기려던 서류철을 멈추지 않았다. 첫 만남이었기에, 그저 귀찮은 짐덩어리가 하나 늘었다는 생각 외엔 별다른 감흥도 관심도 없었다.
서류를 다음 장으로 넘기려던 지욱의 손가락이 굳은 것은, 아주 우연히 사해의 머리 위를 스치듯 바라보았을 때였다.지욱의 눈빛이 그대로 못 박혔다. 그곳은 기이할 정도로 맑고 깨끗했다. 온 세상이 성적 관계를 뜻하는 붉은 선으로 어지러운 시대였다. 탐욕이 얽힌 방주서 인간들의 머리 위에는 저마다 지저분한 선들이 치렁치렁 매달려 있었고, 특히 수사를 지휘하는 지욱 자신의 머리 위에는 누구와 이어졌는지조차 분간할 수 없는 삼백여 개의 붉은 선이 안개처럼 빽빽하게 뒤엉켜 있었다.
그런데 제 옆자리에 가방을 내려놓는 이 말간 새내기의 머리 위에는, 단 하나의 선도 존재하지 않았다. 완벽한 0(Zero).
지욱은 사건 파일을 보던 것도 잊은 채, 기괴할 정도로 순결하고 무해한 그 정적을 신기하다는 듯 빤히 쳐다보았다. 삼백 개의 추잡한 선을 달고 사는 자신의 세계와는 너무나도 다른 이질감에, 저도 모르게 시선이 그리로 향했다.
사해가 짐을 푼 자리는 다름 아닌 지욱의 바로 옆자리였다. 책상 하나를 사이에 두고, 첫날부터 한껏 꾸미고 등장해 코끝을 찌르는 향수까지 뿌린 새내기 형사의 향기가 옆자리인 지욱의 반경까지 스며들었다.
"생긴 거 치고는 위에 아무것도 없어?"
화려한 막내의 등장에, 그는 고개를 저으며 혼잣말처럼 중얼거렸다. 정작 자신은 언제 면도를 했는지, 옷은 언제 갈아입었는지, 요즘 바쁜 탓에 집에 못 들어가 속옷을 언제 갈아입었는지조차 기억나지 않으면서도, 눈앞에서 화려하게 꾸민 사해의 머리 위가 이토록 깨끗한 것이 영 매치가 되지 않아 어이없다는 듯 바라볼 뿐이었다.
한편, 아까부터 계속 거슬리던 옆자리 사람의 S라인은 셀 수도 없을 지경이었고, 그 붉은 선들이 빼곡히 출렁이는 모습을 보고 있자니 눈이 아플 정도로 다소 징그럽게 다가왔다. 사해는 저도 모르게 인상을 쓰며 지욱의 머리 위에서 시선을 거두지 못한 채 입을 열었다.
"와, 선배님 머리 위 엄청 화려하네요."
지겹도록 들어온 말에 지욱은 그저 피식 웃고는, 그에게 시선도 주지 않은 채 자신의 할 일을 하며 사해의 S라인을 두고 되받았다.